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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의 한 주 – 제국이 그들의 영토에 새로운 시장을 열다

  • 기준

IT업계가 모두 주목한 제품

지난 한 주간 IT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Apple 사에서 발표한 iPad 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1년 전부터 IT업계는 애플이 언젠가 발표할 것임에 틀림없는 태블릿에 주목하고 있었다. 넷북의 등장을 보면서 애플이 “그런 가격에 쓸만한 넷북을 공급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의 의미는 넷북과 대적할 다른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지금껏 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iPad! 대체 어떤 기계일까?

혁신이 보이지 않는 거대 아이폰

하드웨어만 놓고 보자면 아이패드는 아이폰을 태블릿 사이즈로 키워놓은 기계다. 아무런 혁신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모든 정보가 추측되었기에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은근히 애플에게 바랬던 혁신은 결국 보이지 않았다. 하드웨어에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폰을 뻥튀기한 디바이스에 아이폰OS를 넣고 아이폰처럼 앱스토어를 통해 컨텐츠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나마 사용하기에라도 좋으면 되겠지.. 하고 아이패드를 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플래시가 되는지, SD슬롯이 있는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지의 3가지였다. 결과는 역시나 부재. 애플은 왜 당연히 필요한 기능을 의도적으로 빼버린 것일까?

애플이 플래시를 극구 꺼려하는 이유

플래시는 과거엔 주로 애니메이션/동영상 재생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어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폰 플랫폼, 자바 플랫폼,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같이 스스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플래시만으로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오피스 활용이 가능하며, 플래시로 만든 웹브라우저도 존재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에 있어서 앱스토어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 공급을 완벽하게 독점하는데, Objective C+Cocoa 체계와 함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의 타 플랫폼 전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는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타 플랫폼으로의 개발을 다시 한 번 고려하게 되는데 이때, Objective C + Cocoa 로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을 포팅하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 시간을 감안하면 결국 포기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과거 MS가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밑바탕으로 삼으려 하였건 Visual Basic + Win32 API 체제와 유사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애플에서 플래시를 사용 가능하게 하면 플래시로 개발된 어플리케이션들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게 되므로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결제하거나(어도비 스토어도 물론 존재한다), 수없이 넘치는 플래시 무료 S/W 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플래시 어플리케이션 제작자는 한 번의 제작으로 아이폰뿐만 아니라 윈도우 모바일, 안드로이드, PC 등등의 다양한 플랫폼에 어플리케이션을 공급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즉, 앱스토어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SD슬롯의 부재 – 컨텐츠 제공자는 오로지 애플

마찬가지로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은 컨텐츠의 유통도 막으려 하고 있다. 아이팟 시절부터 MP3를 직접 담지 못하게 함으로서 아이튠즈를 이용하게 하고, 이를 통해 애플 스토어의 매출을 올려왔던 애플은 아이폰에서도 앱의 유통을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한정하였으며, 이제는 eBook 을 비롯한 아이패드에서 가능할 법만 모든 컨텐츠의 유통 또한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애플이 설사 양보할지라도 아이튠즈는 이용해야 하도록, 하여 컨텐츠 유통을 계속해서 독점하려는 것이다. 앱스토어를 통해 받은 상품은 아이폰/아이패드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타사의 앱스토어에서 받은 상품은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사용 불가능하게 하여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늘려주고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늘려주는 독점 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것이다. 만약 SD슬롯이 있다면? 사용자는 당연히 여기에 외부의 컨텐츠를 담으려 할 것이다. 타사의 뮤직스토어를 통해 구매한 MP3를 담고, 타사의 앱스토어를 통해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담고, 타사의 북스토어에서 받은 전자책 혹은 PDF 파일들을 담으려 할 것이다. 특히나 PDF를 통한 이북의 활용은 아이패드를 통해 구축하려 하는 전자책 시장의 독점적 지위와 유료전자책 시장 형성을 망쳐버릴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그나마 아이패드를 앨범으로 활용하려 할 때,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사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카메라를 통해 제작한 컨텐츠를 담으려 할 것이므로, 애플은 백보 양보하여 카메라 연결 용도의 USB와 SD슬롯만 커다란 크기의 별매 제품으로 팔게 되었을 것이다.

멀티태스킹 불가능 – 짜여진 틀에서의 활용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것은 아이폰 시절부터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반대로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멀티태스킹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OS로서는 태스크 관리의 부담을 덜고 CPU와 OS의 컨텍스트 스위칭 부담을 덜어 속도는 한결 빨라지는 것이다. 아이폰이 더욱 멋진 기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의 화면이 10인치 크기로 확대되면 그때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기는 더이상 MP3 재생기가 아닌, 사용자들이 PC 앞에 앉는 대신 손에 들게 되는 PC의 대체품이 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게임을 하던 중간에 이메일을 확인하고자 할 수 있으며, 네비게이션으로 활용 중에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고, 문서를 작성하면서 자료를 찾으려 인터넷을 탐색하려 할 수 있다. 이때,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면 10 분동안 바둑을 두던 상대에게 “내가 급히 이메일을 확인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만 이 게임을 끝내야겠다”라고 한 후 게임을 끝내고 이메일을 보거나 아니면 앞으로 50분을 더 투자하여 게임을 완전히 끝낸 후에야 이메일을 확인하여야 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워드프로세서(Pages)를 이용하다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이를 종료하고 인터넷 탐색기(Safari)를 실행하여 자료를 찾은 후 이를 Copy 하고 인터넷 탐색기를 종료하고 워드프로세서에서 아까 찾아온 자료를 Paste 해서 계속 작성해야 하는 어이없는 경우이다. PC를 대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은 문제가 되었겠지만, PC를 대체한 이상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수많은 어이없는 사태들을 초래할 것이다. 윈도우 3.0 출시 이후 20년간 석기 시대를 벗어났던 대중이 다시 석기시대의 물건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ad가 중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는 태블릿 시장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기기의 “시장을 여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기업에는 Apple과 Microsoft, Google 정도가 있다. Microsoft는 이미 쿠리어 태블릿의 컨셉 동영상을 통해 시장을 열 의지는 있으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였으며, Google 은 크롬OS 발표를 통해 우리도 시장에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며, 하드웨어 회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들보다 적어도 반년 이상 먼저 애플이 시장을 열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열린 시장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사용자가 모여 거래를 통해 서로가 물질적, 정신적 이득을 얻으며 이러한 이득을 위해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모여 시장을 키워가게 되는 것이다. 앱스토어를 통해 통제되는 이 시장에 타 플랫폼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시장은 사용자들의 전자제품 이용 행태를 확장시킬 것이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동기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IBM은 하드웨어 시장(삼성, LG, IBM, 소니 등과 경쟁할 수 있는)과 앱스토어 시장(MS, 구글 등과 경쟁할 수 있는)만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사족으로 곁들이자면, 순식간에 커져버린 로마 제국은 공화정을 통제해 줄 황제를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독재자 카이사르(시져)가 탄생했고, 그 뒤를 이어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누구보다도 존엄한 자)가 등극했다. 중간에 나타났던 1차 삼두정치와 2차 삼두정치도 있었지만, 이들은 황제 체제를 위해 건너야 할 징검돌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잡스가 제국을 떠나게 되면, 제국에서 삼두정치를 하거나 황제로 등극할 사람이 존재하는가? “Will be the most important thing I’ve ever done”. 인생의 역작을 내놓은 잡스는 이제 본인의 건강을 챙기며 남은 인생을 설계하러 떠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애플은 곧 다가올 미래의 혼란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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