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직후 농협이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했다. 시스템이 완전 먹통이다. 제대로 되는 게 없다.
판매실적이 개판이다. 아직도 다 못 받았다.
농협과 수십통의 전화와 여러번의 전문, 파일 자료들을 주고 받았으나 아직 제대로 된 것이 없을 지경이다.
다른 일도 있는데 바빠 죽겠다고 생각할 무렵 우리팀에 한 명이 다른 팀으로 떠났다.
그 빈자리는 내가 채워야 했다. 상당부분의 업무가 나에게 그대로 넘어왔다.
나는 인수발행과 DW, 사후관리와 대사까지 모든 부분에 두루 걸치는 유동화인이 되었다.
농협의 개판인 차세대 시스템은 계속해서 위력을 발휘하여
농협 대사로 인해 3월 말이 다 되어서야 대사가 마감이 되었다.
그것도 하필 발행이 겹치는 날에. 그 전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발행과 겹쳐서 작업을 하다보니 기존에 있었던 버그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나는 업무를 떠넘겨받음과 동시에 그 버그들과의 싸움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퇴근은 맨날 늦은 밤… 일을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일과의 싸움.
그러나 전투는 즐겁게 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공기.
연차수당을 안 준다나? 임금을 삭감한다는 소문이?
젠장 일하기 싫은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나와 동지들을 못 죽여 안달난 인간들 때문이다.
오늘은 한국장학재단 설립에 관한 문제로 회사가 떠들썩했다.
떠들썩? 고요했던걸까? 참으로 복잡한 최근의 분위기이다.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