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국정원, 해킹으로 특혜분양 의혹 분당 ‘파크뷰’ 명단 입수

2002년 5월 4일 at 10:12 am

국정원, 해킹으로 특혜분양 의혹 분당 ‘파크뷰’ 명단 입수

작년 3월 경기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파크뷰’ 고급아파트가 여권 실세 인사 등에게 특혜분양됐으며, 국가정보원 경제팀은 당시 컴퓨터 해킹을 통해 특혜 분양자들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차장의 측근이었던 전 국정원 경제팀 관계자는 “당시 시민단체들의 특혜분양 의혹 제기 등 문제가 불거져 진상조사에 나섰으며 국정원 경제팀이 해커를 고용, 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 등의 컴퓨터에 들어가 분양자 명단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단에는 여권 실세인 K씨와 또 다른 실세 K씨 등 여권 인사 상당수와 판·검사 등 법조인 5~6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진승현 게이트 연루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은성 전 차장은 이와 관련, 최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작년 3월 ‘파크뷰’ 분양 당시 고급 공무원과 국정원 간부, 판·검사 등 130명이 특혜분양을 받았으며 사회적 물의를 최소화하기 위해 극비리에 해당자에게 통보, 해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이치원개발측은 “당시 해약한 물량은 거의 없었으며 분양과정에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도 『해킹으로 명단을 파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파크뷰’는 성남시 백궁·정자지구에 건설 중인 1800여가구에 달하는 주상복합건물로, 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은 상업지구에 주거기능을 추가하는 용도변경을 받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한편 작년 11월 성남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용도변경과 특혜분양 관련 의혹을 고발받은 수원지검 조사부는 ‘에이치원개발’의 업무를 대행·주관하는 생보부동산신탁 관계자를 이날 소환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용도변경 관련자료를 제출받은 데 이어 조만간 ‘에이치원개발’에 분양자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고 이 회사 관계자를 소환할 방침이다.

시민단체측 변호인인 이재명(李在明) 변호사는 이날 “최근 국정원 직원을 통해 99년 말 국정원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를 확인했다”며 “2001년 3월 특혜 분양과 관련해 나쁜 소문이 돌자 국정원이 분양자 명단을 입수하는 등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方聖秀기자 ssbang@chosun.com )

(崔宰赫기자 jhcho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