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선 월선이 교전 불러”

2002년 7월 2일 at 11:24 pm

“어선 월선이 교전 불러”

△ 지난달 29일 서해교전 때 해군의 초계함과 고속정의 집중공격을 받고 화염에 휩싸여 선체가 보이지 않는 북한 경비정이 다른 경비정에 예인돼 북쪽으로 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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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통제선 벗어나 북함정 출동
해군과 충돌빚어

* 연평도 어민의 증언 (게시판)

지난달 29일 벌어진 서해교전은 연평도 주변 어장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어선들이 어장을 이탈하자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2일 군 관계자는 “당시 연평어장에서는 56척의 우리 어선이 꽃게를 잡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20여척이 어장 주변에 설정해 놓은 어업통제선(조업경계선)을 벗어나 불법조업을 했다”며 “이때 우리 해군의 고속정 6척이 이들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기동을 시작했으며, 동시에 북한 경비정 2척도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자 우리 해군은 어선과 경비정이 접근해 충돌이 빚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경비정을 북쪽으로 내몰기 위해 시위 및 차단기동에 들어갔으며, 고속정이 다가가자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포사격이 시작돼 교전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우리 어선이 어업통제선을 벗어날 경우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한 것으로 간주해 북방한계선을 무시한 채 남하해 우리 어선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평어장은 어로한계선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북방한계선과는 불과 10마일(16㎞)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연평어장의 꽃게가 고갈되자 어선들이 불가피하게 해군의 감시를 피해 어업통제선을 넘는 경우가 많았음을 현지 군 관계자와 어민들은 인정하고 있다.

최율(47) 연평도 어민회 부회장은 “바다는 육지와 달리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지 않아 조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어민 최아무개(39)씨는 “서해교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29일 오전 어선들이 어업통제선을 벗어나 조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이 출현해 우리 해군으로부터 강제철수 명령이 내려져 서둘러 남하했다”며 “당시 해군의 고속정 6척으로는 어선을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일 〈중앙통신〉을 통해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도 없는 것으로 미국이 협정체결 직후 우리와의 어떤 합의도 없이 우리 수역에 제멋대로 그어놓은 비법적인 유령선”이라며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음을 거듭 밝혔다. 북한쪽은 또 “남조선군의 영해침범과 선제사격은 명백히 도발행위이며,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사격은 자위적 조처이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인천/김영환, 김성걸 기자s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