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간을 고민했다.
왜 사람들은 사라져야 하나.
왜 내가 알던 사람들이 학교에서 사라져가는가. 군대로. 사회로.
왜 내가 그들처럼 사라져야 하는가.
왜 나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나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말에 한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선배가 있기에 우리들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말만 그럴 듯하게 대답한 것일까.
이제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한 세계에서 사라질 때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중학교에서 사라졌을 때, 고등학교로.
고등학교에서 사라졌을 때, 대학으로.
대학에서 사라질 땐 사회로.
내게는 희망찬 미래가 있고 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정체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미래를 이룰 수 없다.
앞사람들이 사라짐으로 해서 내가 설 자리를 얻었고
내가 사라짐으로 해서 뒷사람들이 설 자리를 얻었다.
내가 다른 세대를 맞이했을 때 그들과 다른 삶을 누림으로써,
그들에게 그들만의 세계를 누리게 해줄 수 있다.
앞사람들의 유지, 뒷사람들의 세계, 그리고 나의 희망을 위해
나는 계속해서 현재의 나를 탈피하며,
마지막에 이르러 약속된 휴식을 맞이함으로써
계속되던 미래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떠나가는 존재라는 사실에 매우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