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백만번 산 고양이

2002년 11월 16일 at 6:13 pm

한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백만번이나 환생했다.

백만명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예뻐했고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울지 않았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번은 임금님의 고양이었다. 임금님은 고양이를 아주 예뻐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임금님을 아주 싫어했다.

전쟁중에 고양이가 죽었을 때, 임금님은 고양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

한번은 도둑의 고양이었다. 도둑은 고양이를 아주 예뻐했다.

밤마다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며 남의 집 담을 넘곤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 도둑은 고양이를 껴안고 아주 슬퍼했다.

또 한번은 어린 여자아이의 고양이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를 아주 좋아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와 늘 함께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는 여자아이를 아주 싫어했다.

고양이가 죽었을 때, 여자아이는 고양이를 붙들고 너무 슬퍼했다.

마지막에 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도둑고양이로 태어났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돌보고 뽐내며 돌아다녔다.

여러 암컷 고양이들이 이 고양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새하얀 고양이만이 이 고양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고양이는 화가 났다. 자기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 하얀 고양이가 얄미웠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난 백만번이나 죽어봤다고!”

새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하고 무심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고양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네 옆에 있어도 되겠니?” 라고 했다.

새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 대답했다.

그 둘은 평생 서로만 바라보며 지냈다. 새끼 고양이들도 많이 낳아 행복하게 지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새하얀 고양이가 죽고 말았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를 껴안고 며칠 밤,낮을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울다가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 옆에서 죽었다.

그리고

두번 다시는 환생하지 않았다.

– 사노 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