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길

2000년 4월 3일 at 10:31 pm

집에서 노원역까지는 약 10 분 남짓 걸어가야 한다.

노원역으로 가는 아침 등교길에는 여자고등학교, 면허시험장, 아파트 옆의 작은 공원들이 쭉 늘어서 있다.

늘 가는 길. 십 분 남짓. 이 길은 나에게는 생각의 길이다. 늘 가는 길이기에 생각에 몰입해서도 잘 걷는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나의 표정은 계속 변한다. 미소짓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과거의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후회스러운 일을 상기해보기도 한다. 미래의 기대에, 혹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현재의 고민들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오늘 하룻동안의 나를 평가해본다.

오늘 아침에는 추위가 싹 풀렸다. 약간 왼쪽에서 비스듬히 내려쬐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노원역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좋으니 좋았던 추억들이 생각났다. 그땐 그랬지.. 오늘은 즐거운 회상의 길이 되었다.

하루에 두 번 다가오는 십 분 남짓한 생각의 길. 바쁜 생활 속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