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임원의 대한항공 승무원 폭행 사건에서 느낀 대한항공의 보안의식

2013년 4월 28일 at 11:49 pm

지난 한 주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건은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니 뭐니보다는 아무래도 포스코 계열사 왕상무의 대한항공 승무원 폭행 사건인 것 같다. 대한항공과 승객, 경찰 사이에 풀어갔어야 했을 이 사건은 대한항공에서 승무원 일지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전국민의 공분을 받아 포스코는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고 폭행한  승객은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포스코 왕상무는 물론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 사람을 임원으로 임명한 포스코도 물론 잘못했다. 거기에 포스코 왕상무가 어느 직장에나 흔하고 흔한, 권위주의에 쩐, 아랫사람을 막 대하는,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그런 흔한 진상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진상을 겪어본 사람들 누구나 주변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며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일지 유출은 정당했을까..?

대한항공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굳이 전산실까지 전화해서 욕설을 퍼붓는 고객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록도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있기는 하다. 남겨진 기록은 훗날 우리 회사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남긴 기록을 외부에 유출하지는 않는다. 이런 문서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만들어진 어떠한 문서도 기본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해도 되는가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가 판단할 필요 없이 그냥 공개하지 않는다.

내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행하는 행동들이 외부에 공개된다면? 내가 길거리에서 연인(아내)과 함께 하는 행동들(포옹이 됐건 키스가 됐건)이 CCTV 에 찍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면? 내가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고자 상담한 내역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가 된다면? 아, 이건 공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마이너스 통장 만들려고 은행 몇 군데 방문해서 상담 좀 했더니 그날부터 당장 엄청난 전화/문자들이 오기 시작했으니까. 어쨌거나 우리가 잘했건 잘못했건간에 우리의 행동은 불필요하게 공개될 필요가 없다. 법에 따라 재판을 받으면 되지 인민재판을 받을 필요는 없다.

대한항공이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공개하는 투명한 회사일까? 과거 나는 뉴욕에서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여 한국으로 돌아올 때 황당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정상적으로 비행기표를 발급받아 비행기에 탑승하다가, 내 티켓을 본 어느 승무원이 내 앞에서 다른 여승무원에게 무언가 험하게 말하고, 나를 그냥 탑승시키면 안 된다고 하고, 그 여승무원은 나에게 저쪽 검색대로 가라고 하고, 검색대에 가서 상황을 얘기했더니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더니 대항항공 부스는 철수하고 없고. 어쩌란 소린가? 나중에 알고 보니 내 티켓이 좀 더 강화된 보안이 필요한 티켓인 것 같고, 그래서 뭔가 다른 절차가 필요했던 것 같긴 한데, 어떤 설명도 없이 나를 내보내니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그 건은 나와 대한항공 사이에 풀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대한항공 사이트에 민원을 넣었고, 거기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런 케이스를 문서화하여 사내에 배포했다는 응답을 주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외부에 공개될 사안이 아니고, 외부에 공개되면 항공사측의 이미지만 갉아먹을 것이다.

아마도 해당 비행기의 승무원 중 한 명, 혹은 관계자 중 한 명이 화가 나서 인터넷을 통해 유포했을 것이다. 경찰이 유포하기에는 매우 빨랐으니까. 그런 일은 항공사와 승객, 경찰 사이에 풀면 안 되나? 꼭 그런 일들 하나 하나를 인터넷이라는 공개적인 장으로 끌고 나와서 인민재판을 해야 하나? 인터넷이라는 게 그런 분노 폭발의 바다는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