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unded Body

2002년 2월 6일 at 10:59 pm

방금 전. 달리고 싶었다. 바람을 가르고 싶었다. 밤이 늦었지만 난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 저지에 타이즈에 헬멧에 장갑에.. 모두 준비하고 나갔다. 중랑천 고수부지로 나갔다.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힘차게 밟았다. 열심히 밟았다. 시속.. 40km 무렵…
날고 싶었다. 점프하고 싶었다. 몸을 힘껏 뛰었다. 앞바퀴만 들렸던 자전거는 땅에 닿으면서 그대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내 몸도 함께 내동댕이쳐졌다.
뭐가 어떻게 되는걸까. 자전거가 왜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걸까. 내 헬멧은 왜 나를 때리는가. 옷은 왜 스스로 벗겨지려 하나.
금방 끝났다. 벌떡 일어났다. 훗. 별거 아니군. 다리가 별로 안 아파. 괜찮은거야. 자전거는 무사할까. 딜레일러쪽으로 넘어진 것 같은데. 무사한 것 같아. 무사할꺼야.
하지만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팔꿈치가 쓰라렸다. 살짝 긁혔으리라. 옆구리의 상처를 보았다. 옷은 내 몸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벗겨졌고, 옆구리는 바닥에 그대로 긁혀버렸다. 상처가 크게 나있었다. 팔꿈치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옷이 완전히 찢겨져 있었다. 젠장. 하. 이것도 좋다.
순간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생각났다. 총에 맞은 병사들. 사지를 향해 뛰어나가는 병사들. 달려야 한다. 살아야 한다. 튱. 튱튱. 튜튜튱. 입으로 총소리를 내며 질주했다. 무릎에 통증도 별로 심하지 않다. 살아남아야 한다. 적진을 향해 달려야 한다. 튱튱튱. 막다른 곳, 길이 끊긴 곳에 도달했다. 더이상은 강이 가로막고 있다. 되돌아가야 한다. 튱. 튱튱. 탈출하라. 튱튱. 튜튜튱. 총알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튱튱. 튱.
집으로 돌아왔다. 연고를 찾았다. 화장실로 들어갔다. 옆구리에 상처를 물로 씻었다. 그리고 팔꿈치의 상처를 확인했다. 아아.. 상처가 너무 깊었다. 움푹 패여들어간 상처였다. 약만 바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붕대를 찾아야했다. 붕대를 찾았다. 집을 뒤졌다.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쌌다. 옆구리에도 반찬고로 붕대를 붙였다. 무릎과 허벅지의 상처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냥 놔뒀다.
하. 하. 하. 하. 하. 상처란 무엇인가! 상처는 아프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픔을 느끼라고! 이렇게 아파봐야 다음에 아프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 아닌가! 상처가! 흉터가 남을 수는 있겠지. 그것 또한 내가 아니던가. 몸의 상처나 마음의 상처나 다 마찬가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