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2000년 2월 17일 at 8:19 pm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구급차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오늘 집에 오는데 소방차 몇 대와 구급차가 급히 달려가다가 차가 막히자 반대 차선으로 달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한다.

어쩌면 저 구급차는 조금 전에 죽은 나를 운반하기 위해 달려가는 차일지도 모른다. 비명횡사한 나의 영혼은 내가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아있을 때처럼 행동하는 것일지 모른다.

구급차를 따라가보면 땅에 쓰러져있는 나의 모습이, 주검이 되어버린 내가 보일지 모른다. 하얀 차 안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서 나의 시체를 차에 싣고 어딘가로 달려갈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지도 모른다.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이렇게 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한다. 내 손과 얼굴을 만져보며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감을 느낀다. 나는 아직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