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의 급격한 변화와 도태

2013년 4월 2일 at 8:02 pm

가끔 은행에서 아직 코볼을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야 저기는 시스템이 정말 구식이구나 한다. 은행에서 차세대를 하는데 기존 직원들이 코볼밖에 몰라 소통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코볼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하고 있나..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은행들이 코볼을 자바로 옮겨가고 있으며, 오래된 언어와 새로운 언어의 차이보다는 오래된 기술자와 새로운 기술자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바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96년,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에서 아주 간단한 게임 정도나 하기 위한 언어였던 자바가 10여년 지난 지금에 와서는 차세대를 진행한 대부분 은행들의 주력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다. 그 와중에 밀려나버린 언어는 코볼.

프로그래밍 언어 외에도 은행권의 중요한 기반 시스템인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에서 사용하는 SQL 이라는 언어도 언젠가 코볼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을까? 서버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서버들은 현재 개별 관리되고 있지만, 이들은 퍼블릭 혹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로 변해갈 것이며 DB 역시 클라우드에 맞는 NoSQL 형태의 DB로 바뀌어갈 것이다. SQL 이 아무리 쉬운 언어라지만 언어의 비구조성과 비정형 데이터 처리의 난해함, 지속적인 관계 설정에서 오는 빠른 대응 불가, 퍼포먼스 이슈에 있어서 확장의 어려움과 비용 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NoSQL 과 javascript 기반의 DBMS 가 대중화되고 SQL 기반의 DBMS 가 물러날 때가 되면, 새로운 기술자들이 SQL 기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구글, 페이스북과 떠오른, 앞으로 더욱 발전해갈 NoSQL, 둘의 장단점을 합쳤다고 스스로는 말하는 NewSQL. 이 셋 다 살아남거나, 다 죽거나, 일부만 살아남거나. 어쨌거나 한국 금융회사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겨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인원들의 세대교체가 선행되어야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말하겠지. “야, 여기는 아직 SQL을 쓰네. 이거 다 갈아엎어야 되는데 아휴.”

변화는 지속적으로 느리게 일어나지만,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 “요새는 이런 거 쓴다며? 허허 세상 참 많이 변했네~” 하며 변화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겠지. 사람을 늙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 자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