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취재
부산의 컴퓨터 매장은 각 지역에서 먼저 매장들이 자리한 후에 전문상가를 이루는 중인 것이 서울과 다른 점이다.
영도다리에서 남해대교로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40여년전, 6.25의 난리통에서 피난민들은 혹시나 가족과 헤어질 것에 대비하여 마지막 상봉장소로 삼았던 곳이 부산의 영도다리다. 낡을대로 낡은 지금 부산의 영도다리를 보며 그리움에 젖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의 특별한 감정들. 그러나 이제 반 세기가 지난 영도다리의 부산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자라나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옆에 웅장하게 버티고 선 남해대교가 그것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출항을 기다리며 정박한 거대한 선박들이 여전히 힘차게 박동하는 우리 산업의 심장을 보여주는 거대한 항만도시. 옆에는 이제 막 잡아펄떡거리는 생선들과 함께 자갈치 시장 상인들이 왁자지껄한 모습에서 비릿함이 신선함과 생동감을 뿜어낸다. 붕우우웅… 배고동을 울리며 바다 저너머로 떠나는 배들의 우렁찬 소리가 항구도시 부산의 현주소다. 항구도시란 특성으로 우리의 것을 내 보내고 각국의 문물을 들여오는 최전선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접촉이 빈번하다. 그 덕택인지 컴퓨터도 일찌감치 들여 놓았다.
부산, 컴퓨터 상륙 10년
일찍부터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전반적 분위기 때문인지 부산의 컴퓨터 매장은 의외로 대단한 숫자다. 다른 대다수의 도시들이 정부의 컴퓨터 대량 보급 시책에 의해 아직은 컴퓨터 구입 바람에 휩싸인 상태인 반면, 부산은 시내 곳곳에 파고 든 매장들이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들어가 있을 컴퓨터 보급 규모를 짐작케 했다. 부산은 서울과 아주 흡사한 컴퓨터 문화를 형성해 오고 있다. 아니, 불과 몇 년 의 서울을 그대로 닮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품을 조립해서 판매하는 서울의 전문상가와 동일한 방식의 유통구조다. 다른 점이라면 컴퓨터 부품을 서울에서 실어다가 조립만 해서 판매한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은 서울의 영향권 속으로 편입시킨다. 매장이 부산에 처음 일정부분 자리를 잡은 것은 10여년전이다. 주로, 대학가 주변인 부산진구와 동래, 서대신동이 중심이었다. 삼성 컴퓨터 밸리를 운영해 오고 있는 하영배씨는 부산의 컴퓨터 상가 분위기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전에는 서울과 차이가 몇 년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동시패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독립 매장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단 전문상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어 추이는 앞으로 두고 봐야 될 겁니다.” 라면서 전문매장의 등장으로 갑작스레 공급과잉 현상이 일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문제라고 지적한다.부산에는 지금 동래 전철역에서 내리자마자 자리잡고 있는 ‘율곡상가’와 서면 중심가의 ‘컴퓨터랜드’, 수영만 쪽에 자리한 ‘전자랜드’ 등이 있다. 율곡상가는 지난 6월 15일 문을 열고 6개월이 채 못 되는 탓인지 구경오거나 찾아오는 손님도 없어 한산한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취재를 갔던 날이 토요일 저녁인데도, 서울에서는 한참 경기가 좋을 7시쯤 되자 하나 둘 문을 닫는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벌써부터 전문매장 때문에 일부 홀로 선 매장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컴퓨터 전문매장은 현재 광주, 전주, 대구 등 대도시에서 한 두개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문매장의 등장이 기존 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저희들도 그 곳에 매장을 또 열긴 합니다. 그러나, 전문상가라는 것은 자칫하면 서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옆 점포랑 서로 지나친 가격경쟁을 일삼게 되면서 원가 보상도 안 되는 값을 받고 팔게 되기 때문이지요. 또한 자본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처음에는 크게 시작하지만, 이윤이 없으니 사후관리나 회원관리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남는 게 거의 없어 문 연지 6개월도 안 되어 벌써 문을 닫은 업체도 있지요. 전문상가의 등장이 결과적으로는 개개 매장과 전문상가 모두 어렵게 하기가 십상입니다.”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부산의 컴퓨터 상륙 십년도 우여곡절이 많다. 8비트의 엠에스엑스MSX와 애플APPLE에서 엑스티(XT), 에이티(AT)로 바뀌면서 요즘은 386으로 변하는 세태에 따르고 있다. XT가 죽어가는 것은 부산 역시 겪고 있는 추세라고 매장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형성되는 일률적인 분위기 탓에 XT를 구입한 소비자는 사후 서비스를 어디가서 받아야 할 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도 커다란 문제다. 초창기 시절, 대학생이나 전문가들이 주요 고객이던 부산의 컴퓨터 매장도 근래에 들어서는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매장을 찾아오는 어린 손님들이 거의 전부D이다. ‘교육용’이라는 구호에 부모들이 손을 든 것이다. 이들도 역시 AT 소비자이다. 물론, 권하고 싶어도 XT를 찾을 수 있는 매장이 없는 것도 현실이지만. 단적으로 서울의 용산상가에서 10월 한달동안 XT를 1대 이상 판매한 매장이 1퍼센트도 안 된다는 신문기사가 불과 2년전 8비트 낭비라고 떠들석했던 XT 등장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어쨋든, 하드웨어의 사용이 이렇게 오랜 역사와 활발한 시장형성을 이루어 가는 추세인 부산도 소프트웨어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울에서는 정착되어가는 소프트웨어 전문매장들이 아직 부산까지는 발을 뻗지 못했고, 현지 상인들도 소프트웨어의 시장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이윤을 남기기에는 시장조성이 아직 안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용역산업은 부산 업체들의 전산화 추세에 힘입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아마, 이런 상황을 보면 보통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도 곧 좋아지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전문상가에 대해 이야기 해 주던 에이스 컴퓨터 최규일씨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지방 취재를 통해 발견한 재미있는 점은 지방 컴퓨터 상가의 형성은 세운이나 용산, 영등포, 강남 등 시내 곳곳에 등장하면서 공백이 생기는 지역에 소규모 매장의 등장이 진행중인 서울과 달리 지방은 개개의 매장들이 적당한 곳에 문을 열고 터를 닦은 뒤 매장의 숫자가 늘어나면 전문매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방식이 더 바람직한 구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전문상가의 형성으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한 자리에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나눔터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할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전문상가가 담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요, 몫이라 하겠다.
더 많은 실습이 필요해요
부산에는 학교가 많다. 학생도 많다. 그럼, 컴퓨터는?독자와의 만남에 나온 학생들의 말을 잠시 빌면 우리 학교는요, 반 친구들이 거의 다 가지고 있어요. XT가 많기는 하지만.. 국민학생이 먼저 입을 연다. 중학교는 아마 한 반에 1/3쯤, 고등학교는 1/4쯤 되고, 우리는 아마 거의 없을 거에요. 동생꺼든지. 대학생 형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컴퓨터에 있어서 만큼은 어릴수록 더 잘 알고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디나 아직은 보편적인 추세다. 대신, 보유한 기종은 거꾸로 올라간다. XT, AT, 386 방향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것도 국민학교가 제일 활발하다. 고등학교는 실업계보다는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인문계가 약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컴퓨터 학습은 책과 백묵, 칠판으로 배우는 것이 보통이다. 실습실의 태부족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많기는 하지만, 그리 썩 마음내켜 하지는 않은 것이 학생들의 일반적 반응이다. 물론, 워낙 도시의 규모상 시범학교로 운영되는 몇 군데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전시회도 갖고 활발하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학교가 있는 부산이라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부산의 문화지기, 컴퓨터 통신
부산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 중에는 의외로 도사들이 많다. 또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흐르는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끼리끼리 모임도 많다. 통신이 유달리 활성화되어 있고, 사설 BBS가 범람하고 있는 것도 정보 교환을 더욱 쉽게 해 보자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물론, 아직 특성을 갖춘 특별한 BBS는 없어도 서로 친구가 되는 데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좋은 인상’, ‘누구나’, ‘코스모스’ 등 100여가 넘는 BBS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들 중 애니메이션 동호회는 부산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유달리 일본 문화의 유입이 빠른 부산에서 특히나 청소년 층에게 널리 번져 있는 일본만화를의 폐해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만화가 좋아 모인 이들이지만 이제 더 모임이 커지면 일본 만화에 대한 생각을 통신으로 서로 나누고, 올바른 만화 문화 형성을 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나 같은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청소년들이 중심인 모임이기에 가는 기대는 더욱 크다.또한 일본어로 된 BBS를 운영하면서 돈까지 받는 데도 포함하고 있는 내용은 교육적인 내용보다는 일본 가수의 팬클럽 조성 등 별로 유익하지 못한 내용이어서 이런 곳은 올바로 바꾸어 내야 한다고 컴퓨터 통신인들은 강조했다. 외국 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점이 때론 이렇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부산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문화지기로서 컴퓨터가 자리잡을 수 있다면 컴퓨터의 기능이 더욱 빛날 것이다.
컴퓨터, 바다, 그리고 젊은이
부산의 컴퓨터 이용 10년은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컴퓨터 교육 기회의 확산, 부산의 컴퓨터 문화 만들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자는 꿈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이들의 올바른 문화 조성을 위해 이용될 컴퓨터의 자리매김. 부산의 컴퓨터 산업이나 문화 조성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는 낙관적이다. 여기에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컴퓨터 전문상가가 맡아야 할 역할만 맡아준다면 기폭제로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도다리와 더불어 우리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기에 사람들 가슴에 그리움의 고향으로 자리했던 부산. 이젠, 50여년의 흐름이 부산을 변화시켰다. 박동하는 우리나라 제일의 항구도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해 뜨는 새벽 태종대의 너른 바다 앞에서 팜톱을 든 젊은이들이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그런 순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도 부산이 그려낼 만한 미래가 아닐까?
42년 문을 열어 올해 45회 졸업생까지 배출한 부산의 명문이라는 경남고등학교는 올해 5살된 전산반 동아리가 있다. 인문계이면서도 자체 특별활동이 활발하다. 20명의 1,2학년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이들은 아직 미비한 기자재지만 알뜰하게 사용한다. 지금 전산실에 보유한 기종은 MSX 20여대와 16비트 컴퓨터 한 대가 전부다. 게임용이에요. 활짝 웃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자신들의 컴퓨터를 대변하는 이들은 인문계라 특별활동보다는 대학진학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학교 방침때문에 절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이 집에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사용, 홀로 공부를 한 후 매일 점심시간마다 전산반 방에 모여 집에서 공부한 것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며 알짜배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컴퓨터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이들은 이번 9월에 학교 축제를 열면서 컴퓨터 프로그램 작품을 전시, 교내외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산시내 버스노선도를 컴퓨터로 알려주는 프로그램, 매킨토시와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촬영해 주는 프로그램, 파스칼로 짠 별명짓기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이 열심입니다. 대학에 들어가야 하니까 하고 싶은 컴퓨터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러나 컴퓨터를 전공할 사람이 아닌 이상 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미 수준에서 즐길 줄 아는 것도 바람직하죠. 담당선생님인 전증욱 선생님의 지도방침이다. 제가 전에 있던 중학교에서 베이직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데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영어로 리스트LIST가 뭔지 런RUN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를 때 영어명령어를 입력하니까 영어 가르쳐야지, 명령어 기능 가르쳐야지 시간투자에 비해 얻는 것이 적죠. 이런 상태인데, 컴퓨터 조기교육이라고 국민학교에 갓 입학해 한글도 채 깨우치기 전인 어린이를 상대로 ‘RUN’, ‘LIST’를 두들기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한글 문제 등 여타의 문제풀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적절한 곳에 적당하게 올바른 관점에서 이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컴퓨터 교육의 제대로 된 버팀목이 하루 빨리 뿌리 박혀, 원하는 작업들을 해 보고 마음껏 누리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시간의 도래를 기다린다.
어슴프레 날이 저무는 데도 노래소리 가득하고 불빛 환한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넓은 학교에서도 제일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어 보통 열성이 아니면 하루에 한 번은 커녕 일주일에 한번 오르내리기도 꺼릴 그런 위치다. 때문에 동아리 성원들의 열과 성으로 운영되는 컴퓨터 동아리의 제일 조건은 ‘하루에 학생회관을 3번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속달속달 늦은 시간까지 수선스럽게 떠들며 기다리던 컴퓨터 동아리 회원들은 조금 늦은 기자를 원망스런(?) 눈빛으로 반겼다. 전부 100명 정도되는 거대한 동아리인 부산대학교 컴퓨터 동아리는 편집부, 학술부, 문화부, 자재부, 섭외부 등으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는 데 올해가 7년째다.올해는 ‘컴 챌린저COM CHALLENGER‘라는 회지까지 발간할 정도로 커 가는 이들은 한 해에 두번씩 전시회를 갖는다. 한번은 교내축제 때, 또 한번은 경남, 부산지역컴퓨터 동아리 연합인 ‘칩스CHIP‘ 전시회이다.이번 두 차례 전시회는 부산 방송국에서 방송까지 하는 관심을 보여 줘 회원들의 사기가 충천해 있다. 이들이 자랑하는 작품으로는 회장 최인중(전자공학 2년, 7기)씨가 만든 그래픽 프로그램, ‘미리내’와 점을 쳐 주는 ‘쪽집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전시되었다고 전한다.”글쎄, 저희들 말고도 부산의 동아대학교 컴퓨터도 써클이 더 잘하고 있는 듯 한데. 저희들이 해야 할 일 효원인(부산대 학생들을 지칭하는 별칭)들의 컴퓨터 마인드 확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면 부산 지역의 마인드 확산이고요. 아직, 할 일이 많죠.” 옆에 앉았던 윤태인(화학공학 2년)씨가 부산지역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스스로 집어본다. 과거, 8비트 전성시절의 애플과 MSX, 16비트의 XT, AT, 각종 게임기 등이 뒤섞여 마치 컴퓨터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이런 이들의 자리터에서 새롬새롬 피어나는 컴퓨터 사랑으로 부산 지역 컴퓨터 활용에 맺을 결실은 얼마만할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다 보면 틀린 글자를 입력하고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마이컴 편집부도 그 때문에 오자 괴물로 곤혹을 치루긴 하지만, 오자를 발견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농담삼아 출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책에 오자가 없으면 손에 장을 짓는다고 함부로 장담까지 할 정도로 오자 문제 해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 워드프로세서의 경우는 철자 검색프로그램으로 틀린 글자를 컴퓨터가 찾아 교정해 주지만, 한글의 경우 아직 뚜렷한 상용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작년 문화부 주최로 열린 한글전에서 한글기계화 모임이 철자검색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금성소프트웨어에서 하나 철자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아직 실용화되었다는 솔깃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부산대학교 전산학과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5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철자검색기 개발 이야기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부산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이 함께 밤을 새우며 만들었다는 철자검색 프로그램이 발표된 건 지난 여름이다. 그러나 그동안 노출된 문제점을 교정해 가면서 이번에는 VGA에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기능GUI을 첨가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글자수도 14만자까지 늘렸다. “써 보면 아시겠지만 14만 단어로도 우리들이 요즘 사용하는 단어를 완벽하게 검색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 생겨나는 단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그 때문에 공개로 프로그램을 배포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사전(철자검색을 위해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사전을 말한다)에 없는 단어들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안타깝게도 거의 모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그 점이 제일 안타까왔죠.” 대학과 석사과정 전부를 한글맞춤법 검색 프로그램 개발로 보낸 채영숙씨는 사용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부산대학교 전산학과는 특히, 컴퓨터에서 한글을 올바른 사용을 위해 다른 대학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도교수인 권혁철 교수는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부분에서 한글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용자들의 각별한 관심 등이 잘 결합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원한다. 앞으로 이들은 인원이 보충되면 통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바램이다. 당장은 철자를 검색할 때 문서 전체를 검색해야 하지만, 앞으로 부분 검색과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제작자들은 사용해 본 후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극적인 반응을 원한다. 한글 철자검색 프로그램에 적당한 한글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도 더불어 전한다.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은 아래 주소로 문의하면 된다.
609-735
부산시 금정구 국립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전자계산학과 인공지능 연구실
우와! 너무 반갑게 맞이하는 독자들의 환호가 그간 지방 독자들과의 만남에는 너무나 인색했던 우리들이 받기에는 너무 황송했다. 날씨가 추워 잔뜩 웅크린 서울과 달리 부산은 10년 정도에 한번쯤 눈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다. 따뜻한 날씨를 즐기며 어깨를 쭉 펴고 걷는 부산의 젊은 학생들이 북적대는 곳.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젊은이들로 충만해 마치 서울의 대학로 같이 느껴지는 서면의 동보서적 앞에서 우리는 만났다. 국민학생 1명, 중학생 2명, 고등학생 5명, 대학생 1명으로 골고루 섞인 9명이 편안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위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적당히 둘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 독자들은 우선, 마이컴에 바라는 이야기와 고쳐야 할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었다. 제일 먼저 탓한 건 이번 달에 나간 11월호의 임시정가가 예고 없이 진행된 점이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을 디스켓으로 주는 건 좋아요. 그렇지만,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공짜 선물을 받는 게 더 좋죠.(웃음) 그러나 만약 올려야 한다면 미리 알려 주었으면 좋겠어요.” 은근히 빗대어 불만을 표시한다. 워낙 통신광이라고 자처라는 이들이 모여서 그런지 통신으로 공개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도 한다. 그러나, 11월호에 보통 독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프로그램에 통신용 에뮬레이터 사용 비율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상기시켜 주자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면 디스켓을 따로 작성해 판매하면 어떻겠냐는 발전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워낙 많은 독자들이 대상이라 그런지 때론 전문성이 결여되는 것 같아요. 또한 너무 서울 위주고요. 그리고, 마이컴은 컴퓨터가 없는 친구들도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너무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 주세요. 어떤 필자들은 독자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너무 수박 겉함기 식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광고를 좀 잘 내 주세요. 그리고 컴퓨터 관련 광고만 실어주고요. 다양한 주문이다. 가슴 졸이며 듣던 것보다는 멀리까지 찾아간 기자를 생각해서인지 비난보다 따뜻한 애정의 말을 전하는 부산독자들의 넉넉함. 이래서 마이컴을 만드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전국에 퍼져 있는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은 마이컴이 8년을 보내오면서 변함없이 커 가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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