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찍고 추락하는 주선생, 결혼은?

2006년 9월 8일 at 7:38 am

사람들은 우리 고양이들을 이르러 목숨이 9개라고들 한다. 여간해선 죽지 않을만큼 우리의 순발력이 뛰어남을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1년이 인간의 일생과 같음을 볼 때 어느정도 타당한 말이다. 우리 고양이는 매년 한 번 이상 결혼을 한다. 그리고 아가를 네다섯을 낳아 키우고 독립시킨 후 새해를 맞이한다. 인간은 보통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하나둘 키워 독립을 낳은 후 임종을 기다린다. 내 말은 인간이 평생에 한 번 누리는 인생을 우리 고양이는 평생에 9번은 누린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덩치는 커도 말도 못하게 불쌍한 면이 참 많다.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우리집에 사는 인간 주선생은 요새 결혼을 하지 못해 내적, 외적인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동거한 이후 잠시 상한가를 치더니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어 요즘 한참 하한가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니 앞으로 결혼할 길은 참으로 요원하다 하겠다.

나는 본디 복을 달고 다니는지라 내가 들어오자마자 연봉을 꽤나 더 얹어주는 회사로 옮겨가서 널럴하게 직장 다니며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2003년 가을이 최고의 상한가였지 싶다. 당시 이 인간은 회사에서 받는 주제넘는 월급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당하지 못해 학교에 찾아가 후배들에게 펑펑 써댔으며 그것도 모자라 여자친구를 만들어 매 끼니를 아웃백에서 떼운다던지 63빌딩이니 캐리비안베이니 하는 곳엘 다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4년 봄이 되어 상종가를 치고 내려오기 시작했으니, 이 인간이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 – 복학생이란 특별한 이름의 직업으로 – 돈이 없어 밥을 굶거나 650원짜리 컵라면으로 떼우는 일이 잦아졌으며, 여자친구와는 계속되는 다툼 속에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를 반복하고, 동아리에서는 늙어 주책스럽게 계속 나타나 위닝 – 축구게임 – 하는 한량 같은 선배가 되었다. 어느 날 인간이 갑자기 사라져 밖에 나가 차에 치어 죽기라도 했을까 했는데 계절이 세번쯤 바뀌고 나니 다시 나타났다. 뭔가 좀 나아졌을까 하고 기대했더니, 살은 좀 더 쪘건만 이젠 고기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지 몸에서 고기냄새는 사라지고 시큼한 김치냄새만 풍기게 되었다.

그나마 졸업하고서는 고등학교라는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잠시 잘 지내는가 하였더니 이젠 그것도 싫다고 집에 틀어박혀 삼국지11을 하거나 집 앞 도서관에 가서 단어를 외우며 소일하는 것이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혹은 그쪽으로 취직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배우자는 언제 찾는단 말인가.

아마 이런 인간은 배우자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배우자의 역할이 새끼를 낳기 위한 조력자로서의 역할 뿐인 우리 고양이들조차도 저런 인간은 매력이 없어 발정이 나서 온몸을 배배 꼴 지경에서도 저런 인간이 곁에 오면 털을 곧추세우고 발톱을 드러낸다. 길거리에서 며칠을 굶은 고양이라면야 저런 인간이 가져다주는 천하장사 한 덩어리에 2세를 생산하여 줄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은 품위 있는 고양이에게는 절대 어림없는 일이다.

이 인간이 언젠가 자신이 미국에서 본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개미 – 사실을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 에게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어느 동갑내기 여인의 집에서 파티를 하여 놀러갔는데, 그 집은 남편과 함께 사는 집으로, 젊은 나이에 결혼하게 된 경위를 물어보았더란다. 어느 날 집에서 선을 보라 하여 유학 중인 현재의 남편과 세 번을 만나고 식을 올리게 되었다 한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이 많은지라, 종종 유학생이 집에서 호출이 왔다며 열흘 정도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부인을 데리고 오는 일이 있곤 하였단다. 그러면서 어떻게 세 번 본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결혼을 할 수가 있느냐며 몹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였다. 그러나 내가 보니 지금 이 인간이 그런 결혼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매년 결혼하는 우리 고양이들과는 달리 인간은 일생에 한 번 결혼하는 것이 보통인데, 남자 인간의 경우 27 ~ 34 사이에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호들갑을 떨곤 한다. 내가 이 인간이 하는 짓을 보니 아마도 유학을 가거나 외국에 취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 아마도 서른서넛은 되어야 한국에 돌아올 듯 하다. 이 인간이 외국에 나가서 성격에 안 맞는 유학생들을 사귀지도 않을 것이니, 벌써부터 결혼하라고 성화인 이 인간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런 경우가 흔히 보는 세 번 만나고 결혼..이라는 경우니까, 결국 싫어도 이 인간은 그런 결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꺼려하던 그런 경우가 자기 경우가 될꺼라고 이 인간은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딱하기 참 그지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 인간에게는 쉽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 경우 보통 집안에서 혼처를 정해놓고 부르는 식인데, 그건 그 자신이나 혹은 집안에 재력이나 인덕이 꽤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인간은 그 자신이 이루어놓은 게 없으니 집안이라도 잘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렇게 하는 결혼을 본인이 하는 결혼이라고 해야 할지 집안이 하는 결혼이라고 해야 할지 당췌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 인간이 그렇다고 연애하는 재주라고 있으면 모르되, 잘 놀 줄도 모르고, 유머감각도 없고, 말주변도, 노래도 못하는 데다가, 심지어 맘에 드는 여자 앞에서는 극도로 소심해져 다가가기는커녕 스스로 멀리하며 지가 허생이라도 되는 줄 알고 10년을 책만 읽겠다 하고 있으니 누구도 다가가지 않을 만하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하는 주식놀이에는 자고로 치고 빠지는 시점이 있어서 주가가 낮을 때 사서 고점에 다다르기 전에 어서 팔고 빠져야 한다. 그런데 이 인간은 자신의 주가가 언제나 고점에 있을 줄 알고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주가는 다 빠지고 바닥을 쳐서 노총각으로 늙어죽거나 관리종목이 되게 생겼으니 참으로 딱하기 짝이 없다. 자고로 우리 고양이를 비롯한 대개의 동물들은 매년 결혼하고 육아하고 분가하는 일을 되풀이하여 한 번의 생을 여러 번 사는 것과 같은데, 인간이란 존재는 한 번 결혼해서 한 시기 육아만 뼈빠지게 하다가 노년기를 잠시 보낸 후 죽게 되니 힘 세고 못된 죄를 한 번만 살고 죽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인데, 참으로 불쌍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