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대학교 1학년 2학기때의 시절이 떠올랐는데, 그 무렵의 기록들을 내 홈페이지에 갖고 있진 않지만, 나우누리 성통회 98학번 게시판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아직 존재하는 것이 신기하다.
당시 나는 수강신청 변경투쟁이라는 어이없는(총학이 나중에 학생들을 버렸기 때문에) 꼬임에 휘말려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처음엔 8000명 가량이 참여했던 것이 마지막엔 500명으로 줄더니 총학생회에서 항복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과목을 수강할 수 없게 되었었다.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스크립트를 공부해서 학교 수강신청 서버를 마비시키고 수강신청 기간을 연장시키는 짓을 한 끝에 흡족하게 수강신청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주사파에도 성공했고.
개강하고 처음 한 것은? 엠티. 마석으로 엠티를 갔는데 자전거를 타고 갔었더란다. 엠티를 가서 보니 왜 이리 씨씨가 많다냐. 고 씨씨들 내 자전거 타고 놀았다. 다음날 돌아올 때 자전거 타고 오는데 이게 고장난 것이다. 그거 끌고 오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M_ 마석 엠티 | 감추기 | '끄아아아아아……… 드디어 집이다 ~! 으.. 어제 마석으로 엠티를 가는데.. 학교에서부터 자전거 타고 갔다.. 어제는 그래도 편했지.. 중간에 못 밟고 펑크 나서 히치 하구.. 자전거 가게 찾구.. 그런 거 빼면.. 그냥 잘 갔지 .. 어제 못 돌아와서 오늘 돌아오는데 .. 끄 ~! 자전거가.. 자전거가.. 심각한 고장이다 .. 어제 씨씨들이 그토록 같이 타고 다니더니 .. 출발하자마자 20m 쯤밖에 못 가서 멈췄다.. 뒷바퀴가 앞바퀴랑 나란하지 않고 틀어져 있더군.. 뒷바퀴가 동체에 자꾸 부딪혀.. -.-; 계속 삐걱거리구.. 덜컹거리구 .. 또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 뒷바퀴 빼고도 뭔가에 자꾸 걸리는 느낌이 들구.. 계속해서 자전거가 분해되는 느낌.. 힘을 주면 동력으로 채 50% 도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힘은 몇 배로 들더군.. 더워 죽겠는데.. 미치고 환장할 노릇 .. 마석에서 집까지 죽을 힘을 다 해서 왔다.. 자전거 그토록 버리고 오고 싶었는데 … 나를 지탱해 준 건 오로지 무대뽀 ! 무대뽀 정신 뿐이었다.. 저 자전거 좀 손 봐서.. 못 고치면 버려야겠다.. -.-; 그간 브레이크랑 앞기어가 안 들긴 했어도 타고 다닐만했는데.. 이젠 전혀다.. 으아~' – 1998. 9. 12. _M#]
언제나 학교 가는 길엔 84 좌석. 1학기때 지하철 타고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집 앞에서 학교 앞까지 가는 버스를 발견하고는 이후 1년 반동안 편하게 다녔더랬지.
당시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는 백야 3.98. 최민수를 보고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지.
600주년 기념 열린음악회때는 주차봉 같은 걸 들고 질서지도를 하며 자원봉사를 했었지. 그때 핑클도 보고 여행스케치도 보고 그랬는데. 사람들 무대로 진입하는 거 막고.. 무대에선 술 취한 복학생이 ROTC 랑 격투전도 하고. ㅋㅋ. 재밌었다.
[#M_ 열린음악회 자원봉사 | 감추기 | '멀고도 험하다 .. 목 쉬지 않을래나 .. 특히 가수 나왔을 때 가까이서 보려고, 사인 받으려고 자꾸 앞으로 나오는 아줌마, 아저씨들 .. 징하다………..' – 1998. 9. 23. _M#]
9월 말엔 밀양에 묘지 벌초하러 다녀오다가 UFO도 봤다. 아무도 안 믿지만 나는 봤다. 그건 분명 UFO였다. 내가 당시 학교 프로젝트로 조사하고 있던 바로 그 UFO였다.
[#M_ UFO 목격 | 감추기 | '밀양 가서 낫질하고 왔다.. 산 하나만 하면 된다더니.. 알고 보니 산 하나가 아니라 산맥 하나였다.. -.-;; 암튼 힘들어 죽을뻔했다. 이번엔 사람도 별로 안 와서.. 휴~ 정글을 무덤으로 변신시키고 왔다. 근데.. 오다가 UFO 봤다… 고속도로에서 봤다… UFO 가 날아가고 있었다.. 옆에 사촌형한테 얘기했는데.. “UFO 가 있겠나~”.. 암튼 난 UFO 처럼 생긴 게 날아가는 걸 봤다.' – 1998. 9. 28. _M#]
수업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어떤 과목은 한 달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하고. 그래도 모두 C까지만 받으며 선방했지만.
[#M_ 유학사상 시험 | 감추기 | '유학사상 셤이 있어서 셤을 보러 들어갔는데 .. 낯익은 얼굴이.. 미혜 같았다.. 미혜였다 ..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았는데.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더군.. –; 다운이도 그 수업이라 다운이는 예전에 봤는데 .. 미혜가 수업을 안 들어온건가 내가 안 들어간건가 .. 사실 내가 그 수업 마지막 들어간 기억이 까마득하긴 하다.. -.-; 암튼 오랜만에 봤다. 그러고는 유학사상 셤을 봤는데 그 교수 말이 자기한테 C 받으면 그건 F 만도 못한 것이고 C+ 받으면 그건 F 라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그런다. ( 직접은 못 들었다.. -_-; ) 근데.. 셤 보고 나니.. 난 그래도 C+ 은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 -.-; 아… 학점이 위태롭다..' – 1998. 10. 29. _M#]
뭐니뭐니해도 나의 1학년 2학기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스타크래프트였다. 아침에 학교 가서 밤 늦게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난 항상 실습실에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보냈다. 테란 고수를 자처하며. 스카 서버로 프리배틀넷도 만들었었지.
[#M_ 스타크래프트 #1 | 감추기 | '오늘 아침이었다. 나는 열심히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을 하다가 소변이 너무 급해 잠시 게임을 Pause 시키고는 sorry..sorry.. 라고 말하고 화장실엘 급히 다녀왔다. 그러고 내 방으로 돌아왔더니 컴퓨터가 꺼져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잠시 생각해보니.. 꿈이었다.. -_-;;;;;' – 1998. 10. 4. _M#]
[#M_ 스타크래프트 #2 | 감추기 | '아까전에 TV 에서 재미있는 마술의 세계인가?? 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눈 앞에서 저그족의 드론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보며 난 생각했다.. '오버로드로 정찰하지 않고 드론을 보내다니.. 초보군.. 북쪽에서 접근했군.. 적은 북쪽에 있겠군.. 마린 어디갔지 ??' 그때 엄마가 드론을 발견하고는.. “어마마맛.. 거미다, 거미!!” – 1998. 10. 6. _M#]
당시엔 학교에서 스타크래프트. 집에 오는 길에 맥주 한 잔. 그 재미로 학교에 다녔던 것 같다. 우울증도 조금 느꼈지만 참 재미있었던 학기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