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양이와 새

2003년 4월 13일 at 11:50 am

고양이와 새

                       – 자끄 프레베르 –

온 마을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상처 입은 새의 노래를 듣네

마을에 한 마리뿐인 고양이

고양이가 새를 반이나 먹어 치워 버렸다네

새는 노래를 그치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지도

콧등을 핥지도 않는다네

마을 사람들은 새에게

훌륭한 장례식을 치르고

고양이도 초대받아

지푸라기 작은 관 뒤를 따라가네

죽은 새가 누워 있는 관을 멘

작은 소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모르네

고양이가 소녀에게 말했네

이런 일로 네가 그토록 가슴 아플 줄 알았다면

새를 통째로 다 먹어 치워 버릴 걸

그런 다음 얘기해 줄 걸

새가 훨훨 날아가는 걸 봤다고

세상 끝까지 훨훨 날아가더라고

너무도 먼 그곳으로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면 네 슬픔도 덜어 줄 수 있었을 걸

그저 섭섭하고 아쉽기만 했을 걸

어떤 일이든 반쪽만 하다 그만두면 안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