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믿는다.

2008년 11월 14일 at 1:00 am

꿈을 믿지 않는 나다. 꿈은 물론 사주, 궁합 등을 비롯한 어떠한 미신도 믿지 않는 나다. 꿈의 맞고 틀림은 그 꿈이 가진 개연성, 그리고 맞는 꿈이 기억에 남는 빈도의 높음으로 인한 것일 뿐, 거기에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이용하려 드는 사기꾼들만 넘쳐날 뿐이다.

지난 아침 나는 꿈을 꾸었다. 어느 학교였을까? 운동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강당에 들어갔다. 강당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참동안 강당에 있다가 자전거 생각이 난 나는 자전거를 살펴보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자전거가! 자전거가 산산조각나있었다. 여기저기 뒤져서 그나마 멀쩡한 프레임(동체)과 딜레일러 등 부품들을 수습하여 들고 오는 모습이 참담했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 자전거 타고 출근하기로 했지! 조금은 서둘러 씻고 자전거를 살펴봤다. 그러다가 꿈이 생각나서 오늘은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꿈 때문에 침대에 누워버린 내가 한심해졌다. 꿈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않다니, 너무 한심하다! 내가 언제 꿈을 믿었다고 그런 꿈에 쫄아버리는걸까?

그러한 꿈이란 것은 인간의 수면 중 두뇌활동의 결과일 뿐이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두뇌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한 휴식 및 잔여활동이 전부. 그것에 예지력을 바란다는 것은 눈 뜨고 상황을 분석하여 예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다시 일어나 출근 준비를 계속하여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믿는 꿈은 눈 뜬 채 꾸는 꿈 뿐이다! 나는 내가 꾸는 꿈의 가치를 믿으며,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고, 꿈을 꾼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눈을 감고 꾸는 꿈과 달리 눈을 뜨고 꾸는 꿈은 소년이 성장하는 밑거름이며, 살아가는 의미이자, 미래이다.

꿈을 무시한 나는 오늘 자전거를 타고 무사히 출근하여 정상적으로 회사 근무를 마치고 퇴근 후에는 수능시험 감독을 막 마친 용진이를 회사로 불러 상현이형과 저녁까지 먹었다. 이계휘 주임님과 노경록 주임, 강동현 과장님까지 합류하여 어느새 용진이가 우리 회사 사람이 된 분위기를 타면서. 그렇게 즐겁게 놀다가 돌아왔다. 꿈의 무용함을 마음껏 증명해보였다.

비록 술 마시고 용진이 차를 얻어타고 오는 바람에 자전거를 가지고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내일 회사에 가서 자전거의 멀쩡함을 보고 나의 확신을 다시 한 번 증명할 것이다. 잠 잘 때 꾸는 꿈은 허황된 것, 깨어있을 때 꾸는 꿈이야말로 진정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