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총탄의 양이 많아서 치열했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밤엔 짧은 시간동안 치열하게도 많은 폭격을 당해야 했다. 어찌된 일인지 타겟은 나에게 집중됐고, 쏟아지는 총탄을 피하지 못해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희미한 기억들 속에 잊혀져서 영영 떠오르지 못할 기억들은 캐내기보다는 이대로 묻어 잊어주는 것이 잊혀져간 기억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자전거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강과장님이 소주를 시키신 것을 시작으로. 내 맥주잔에 소주를 들이붓던 김H대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흑기사를 하고 소원으로 김Y대리 등판을 때리라고 했던 일, 신입사원을 왜 애인 있는 사람을 뽑냐는 허튼소리.. 범블비를 데려가고자 회사 앞을 무단횡단하고.. 몇 안 되는 기억의 절편들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나마 자전거와 가방, 선물셋트를 양손 가득 들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만은 이번 전투에서 지켜낸 것이라 하겠다.
다음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 때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술이 안 깼으니까. 술이 깨면서 찾아오는 괴로움은 지난 밤 왜 우리를 혹사시켰냐는 간과 위의 항의였을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려는 투쟁이었을까.. 간간히 업무에 임하며 6시까지 시험문제를 들고 낑낑대다가 때론 졸다가 간신히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된 잠……………………………..
잠 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니 왕자가 되고 싶었지만, 이 새벽 나는 잠에서 깨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저 야밤의 좀비가 되어 인터넷을 배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