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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 학년때

  • 기준

그때 난 정말 순진한 녀석이었다. 애들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그냥 갔고, 뭐 마시자고 하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마셨다. 선배들이 뭐 시키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 했고, 팔자박수와 외치는 내용들은 모두 다 진리인 줄로 알았다. 과방에서 선배들이 야한 얘기를 하면 무슨 소린지 반도 이해 못하면서 웃는 척하면서 지루해했다. 누가 이쁘고 누가 이쁘지 않은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커플이란 것도 몰랐다. 말로야 들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니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는 나의 일정을 적당히 따져가며 – 아직은 모자르지만 – 술 마시러 다니고, 골라서 마신다. 선배들이 시키는 일들 중 상당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팔자박수의 그 구호들은 이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먼저 야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 잘 따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얼마나 이쁜지 따져보기도 한다. 길거리엔 눈에 띄는 것이 커플이라, 보면서 짜증과 부러움의 감정을 함께 느끼기도 한다. 1학년때의 그토록 순진하던 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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