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프로그래머 생활을 청산하며..

2001년 1월 28일 at 12:07 am

『열린광장-네티즌 추천 열린광장 (go PLAZA)』 32302번
제 목:프로그래머 생활을 청산하며.. 읽음:928
올린이:루신 (이승배 ) 작성:01/01/26 18:29 추천:01/01/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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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젠 뭘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
이미 통장은 바닥난지 오래이고, 수입또한 전혀없고,
그나마 최고로 싼 전세방마져 빼야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것이 내 프로그램 경력 4년이 가져온 결과일뿐이다. -.-
……

5년전 프로그래머가 되기위해 학원을 다녔다.
어줍잖게 6개월을 배워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DB분야에서 바둥거리며 밤낮가리지 않고 미친듯 연습하고 연습했다.
IMF 가 시작되며 짧은 첫직장을 마감했다.
미친듯 뛰어다니며 작은벤처에 힘겹게 재취업을 했다.
회사에서 일하고 회사에서 먹고자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만했다.
맨땅에 헤딩하고 대그빡에 피터지는줄도 모르고 열심히..
처음한달 월급받고, 허울좋은 벤처인생에 몸을 내맡긴 1년..
그것마저 어느날 갑자기 공중분해되어 몸도마음도 산산히 부서졌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울며겨자먹기로 주위의 온갖 비난을 참고 다시또 싸구려 인생에
작은직장에 몸을 팔았다. 그땐, 김영삼을 칼로 찔러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IMF 덕분에 싸구려 인생이 되었고, 작년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렸으니까..
아무튼 새로얻은 직장에선 경력 프로그래머의 월급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상상하지못할 박봉을 받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나와서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던터라, 인력시장을 방불케하는 SI 업체에서
여기저기 조작된 경력에 맘조리며 날품을 팔아야만 했다.
그때도 11시 이전에 퇴근해본 기억이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덕에 사수의 자리에서 인정도 받았다.
그렇게 1년…
어느덧 프로그램 경력 4년차가 되어가며 난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인상된 연봉 1400 이라는 황당한 결과와 그저 “참으라”는 말에 싫증이 났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웹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얼마간은 실로 장미빛 인생같았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모니터도 17인치고, 퇴근도 빨랐다.
처음해보는 웹프로그램도 솔솔 재미있고, 분위기도 다 좋았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무늬만 벤처인 회사들이 벤처타운에 자리잡고 앉아
제대로된 수익구조도 없고, 경험도 없는것들이 무작정 뛰어들어
대박의 꿈에만 젖어 감언이설로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위협했기에..
선택은 없었다.
물갈이에 휩쓸려 나역시 갈아타는게 내 살길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재수없는놈 뒤로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모두들 그놈이 그놈이었다. -.-;
첨으로 웹분야로 뛰어든게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4년차월급 1400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활이 도움이 되었을껄..
눈감고 속는셈치고 마지막차에 몸을 실었는데..
그로써 난 더이상 먹고살길이 없어져버렸다. -.-;
단돈 1원의 지원도 벌벌떠는 사장과,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허황된 급여만 요구하며 노력도 없는 직원몇명.
내가 팀장이면서도 이들을 휘어잡지 못해 결국 차에서 내렸다.
결국 스스로 포기할수밖에 없던 그 참담한 스트레스..
두어달 맘편히 쉬고난 지금,,
경제적 압박감이 다시금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
vb,pb,delphi, c, c++, arm, php, asp, java, oracle, mssql, mysql, ….
그간 무수히 많은 언어들과 맨땅에 헤딩하던 시간은 뭘 위한것이었으며,
주변에서 사라진 친구들과, 망가져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몸뚱이..
훌쩍 서른을 넘겨버린 나이.. 그리고 늘 배고픈 생활..
너덜너덜해져버린 이력..
…..
프로그램 5년차에 접어들어 이런것들을 마감하려니
너무나 많은 아쉬움과 걱정들이 내 발목을 부여잡는구나..
아직 맘의 정리가 안될걸까? 아님 못하는것일까?
씁쓸하다..

부디 이곳분들은 나와같은 마이너스 프로그래머가 되질 않길 바라며..

컴공과나 전자계산 관련과로 원서를 지원하실 고3생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참고로 가장 괜찮은 과는 경영계통이나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