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포커스 폭력과 왜색,전자오락실 문화를 생각한다
1982년,TV폭력에 관한 미 정신건강연구소의 보고서를 다루면서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프론티어정신을 묘사한 서부영화의 총잡이를 영웅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가 성장한 후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하여 우리는 장담할 수 없다 “라고.또한 브로디라는 미국의 아동심리학자는 평균적으로 한 아동이 성인이 되기까지 모두 18,000번의 극중 살인장면을 목격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내놓은 바도 있다.이와같이 매체를 통한 폭력문화의 확산은 그것의 ‘유해성 논쟁’을 차치하고라도 이미 청소년들의 의식과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 통로의 하나를 전자오락실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YMCA 청소년 상담실이 서울시내 남녀 청소년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오락실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한 번 이상 오락실에 출입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중에서 4.0%는 전자오락을 하기위해 동급생이나 하급생의 돈을 뺏은 적이 있고 7.9%는 집에서 돈을 훔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전자오락실을 이용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나쁜 영향으로 흡연(33%)과 폭력적,선정적인 전자오락 내용(30.3%)을 들었고 패싸움 등의 폭력행위(6.6%),본드나 부탄가스 흡입(1.7)등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우리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앞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답한 것처럼 오락내용의 불건전성이다.작년 국민교육신문사가 주최한 청소년 놀이문화 세미나에서 고려대의 문익수 교수는 ‘현대사회의 놀이문화와 교육’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입시의 과열 경쟁에 따른 패배감 등이 만연하여 청소년들은 성인문화에 오염되고 있으며 자극적이고 충동지향적인 전자오락으로 인해 비행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반면에 ‘미래의 놀이문화와 정책과제’를 발표한 박근호 교수는 우리사회에 놀이문화가 부족하다고 전제, 현대적 놀이를 긍정적으로 수용,발전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전자오락을 비행과 범죄의 온상으로만 지탄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미국의 대학구내에 설치된 전자오락실은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구실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전자오락실에 있는 게임의 거의 전부가 ‘쏘고”때리고”부수는’ 전쟁영화나 무술영화를 흉내낸 것들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최근에 와서는 일본에서 제작된 전자오락 프로그램들이 아무런 여과과정이나 제재도 받지 않고 수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자막,음성까지 그대로 들어있어 왜색문화 침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실제로 국내 전자오락게임의 90% 가량이 일제이며,이들 프로그램들은 ‘키판’의 형태로 세운,대림상가 등지에서 대량으로 복제되어 오락실 등지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심지어 일부 오락실에서는 일본에서 들여온 포커,마작,빠칭코 등 도박성 게임을 공공연히 설치해놓고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으며 외설적 내용을 가미하여 퇴폐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청소년과 성인용 오락실을 엄격히 구분하고 영세한 전자오락실을 양성화하며 공부방에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가정용 게임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또다른 문제점은 비교육적인 전자오락실 주변환경이다.설문조사에 나타난 것을 보더라도 많은 청소년들이 오락실의 조명상태가 대체적으로 어둡다고 지적했으며 소음상태에 대해서도 80% 이상이 시끄럽다고 응답했다.실제로 전자오락실이 밀집되어 있는 남영동,노량진,신촌 등지의 오락실은 언제나 좁은 공간에 발디딜 틈도 없이 청소년들로 붐볐으며 바로 옆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심한 상태이다.어둡고 시끄러운 오락실에 비행청소년들이 자주 드나든다면 우범화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잘못 운영되고 있는 전자오락실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근래에 미국에서는 국제폭력오락반대연맹ICAVE이 결성되는 등 폭력성 전자오락 추방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또한 우리나라에서도 타인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금단현상까지 보이는 ‘전자오락 중독’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건전한 가정용 게임의 개발,오락실의 비교육적 환경 개선,무분별한 외제 게임 소프트웨어의 규제 등 ‘첨단 놀이문화’을 온전히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은 당국대로 오락실 실태조사를 통해 무허가,퇴폐 오락실을 철저히 가려내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오락실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경제적 이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