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석아! 네가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네.
한 달은 역시 참 짧은 시간이더라.
하루도 널 잊지 못하고 하늘에 대고 외쳤다. 보고 싶다고. 그렇게 외치는 거 보고 있니? 혹시 내려다보고 있니? 꿈에서 만난 종석이가 네가 맞는거지?
서해바다에서 네게 소주를 부어주며 같이 소주 기울일 수 없었던 그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수밖에 없더구나.
서른 두 살까지 살아온 너의 생에 비해 떠나는 순간은 짧았고, 그래서 이는 비극이 아니라 생각한다. 너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니 너는 마지막까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오디오 연결방법을 물어보며 취미생활을 하다가 갔더구나. 너는 죽어간 것이 아니고 끝까지 살아간 것이야. 그렇게 살아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빛을 따라 천국으로 가볍게 떠난 것이지.
너는 죽어간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깨닫고 갔던 것이지. 그렇지? 팔십 구십 평생에도 깨닫지 못할 수 있는 살의 의미를 일찍이 깨닫고, 예수님의 사랑을 뜨겁게 느끼고 떠난거지.
종석아.! 고등학교 시절 때로 난 너를 나의 분신처럼 느끼고, 나의 형제처럼 느끼고, 또다른 나처럼 느꼈어. 학기초에 서먹서먹하던 그 시절, 서로 닮았다는 말만 듣고 머쓱해하던 그 시절, 밥 같이 먹자고 네가 먼저 말 걸어주었지. 그저 범생이로만 느꼈던 그 부반장은 나와 같이 놀고 게임하고 축구하고 애니메이션 보고 TRPG 하며 놀 수 있는 아주 죽이 잘 맞는 친구였지.
지금도 후회된다. 앞으로도 후회할 것이다. 왜 내가 대학에 들어가서 네게 연락하기를 주저했을까? 왜 그렇게 가끔씩만 연락했을까? 왜 내 생활에만 집중하며 너를 보지 못했을까? 왜 종종 잠적했던 너를 이해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을까?
네가 주고 간 많은 추억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고3 말에 너랑 장난치다가 찢어져 딱딱해진 귓바퀴 계속 어루만지며 쉬는 시간 종소리에 서로 교실로 못 돌아가게 장난치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짜파게티 끓일 때면 너희집에서 네가 끓여주었던, 물도 안 따라버린 라면 같은 그 짜파게티를 떠올려. 너를 추억할 거리가 많은데, 더 많은 추억을 떠올리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있어. 너랑 나중에 추억 얘기해야 하는데. 나도 네 곁으로 가야하는데.
별 생각 없던 나도 네가 떠나고 나서 네가 간 곳이 천국이라 굳게 믿게 되었어. 소주 따르던 그 서해바다엔 네가 없어. 네가 거기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네가 있는 곳에 난 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위안하는 것 뿐이야. 나도 너처럼 예수님 열심히 믿고 천국에 갈꺼야. 난 너한테 전도 받은거야. 널 따라갈꺼야. 거기서 우리 다시 만나 추억을 얘기해야지. 우리 다시 축구해야지. 우리 다시 TRPG 해야지. 너는 대마법사 포프, 나는 대도적. 네가 녹화해둔 나디아 테잎 다시 같이 봐야지. 내가 Five Star Stories 가져갈께. 넌 우리클이잖아.
친구야!!! 나 아주~~ 아주~~ 늦게 갈테니까. 난 너보다 더뎌서 삶의 의미를 깨닫기가,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알고 큰 믿음을 갖는 것이 너보다 훨~~~씬 오래 걸리니까.. 아주~~ 늦게 가더라도 화내지 말고 기다려. 어차피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날꺼잖아. 친구야 잘 지내고 있어.! 친구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