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새내기들의 ‘싸이질’, 차단만이 능사인가?

2008년 12월 23일 at 9:30 pm

직장 새내기들의 ‘싸이질’, 차단만이 대세인가?

기사입력 : 2008.10.17 17:00

 

 

지메일, 인스턴트 메시징, 페이스북, 스마트 폰 등을 통해 친구들, 가족들과 소통해왔던 소위 “Y세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뒤떨어진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일반 소비자 제품들보다 훨씬 뒤 떨어진 소통 도구를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 심지어 업무 태만을 방지한다는 명목, 또는 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업 전용 기술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기존에 써 왔던 최신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핵심 경영진들과Y세대 직원들 간의 소통 부재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 최악의 경우에는 기업의 생산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내기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

보스턴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광고학 부교수 톰 폴스(Tome Fauls)는 오늘날 20대의 자유분방한 효율성 우선주의적 사고방식은 지난 교육 과정에서 그들이 경험해온 개성존중 문화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성 세대들에 비해 매우 자유로운, 개성을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작 직장에서 느끼는 비교적 강압적인 분위기에 낯설어 한다는 것이다. 기업 재무 및 회계학을 전공하고 최근 벤틀리 대학교에서 졸업한 제이슨 팡(Jason Fang)은 “그래서 입사 후 약6개월 간은 기업의 분위기를 적응하고 학습하는데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학교 다닐 때는 과제의 난이도에 따른 시간 분배를 스스로 철저히 구축한 다음 지켜 나가곤 했지만, 회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이와는 다른 방식, 또는 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팡은 대학교 재학 시절 일주일에 최소3분에서 최대8시간 동안 인터넷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AMR 리서치(AMR Research) 혁신 기술 부문 부회장 조나단 야미스(Jonathan Yarmis)는 “오늘날 20대들은 단순히 소셜 네트워킹을 활성화 시켰다기 보다는 이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야미스는 요즘 그의 아들과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문제 해결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야미스는 “아들은 매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고 , 또 여러 작업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반면, 나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을 항상 보인다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최근 그랜트 쏜튼(Grant Thornton)에서 근무를 시작한 팡은 “대학교 과제는 일찍 끝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제의 관건은 주어진 시간 내에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대부분의 상사들이 주어진 일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 주기를 요구하곤 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휴식도 없이 업무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는 상사의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액티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는 폴스에 의하면, 동일 산업 군에 종사하는 기업들도 각각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다르다. 실제로 폴스는 기업에 의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이용 제한이 산업 전반의 문제로 부각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야미스는 “즉, 대기업들 중 불과15%만이 파이어월을 이용해 페이스북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접속 제한 정책이 보다 유능한 젊은 인재들의 입사를 막는 주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젊은 세대들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조건의 기업들이 많은데, 굳이 이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접속을 강제로 제한하는 기업을 골라서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커뮤니케이션 기술 시장에는3가지 컨텐츠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 모바일,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바로 그 것이다. 이들 셋은 모두 기업의 인재 채용 및 업무 진행 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굳이 정해져 있는 근무 시간에 딴 짓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을까?

폴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술의 발달로 굳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근무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모호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듯 하다. 실제로 블랙베리나 여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상사들은 업무 시간을 최대한 개인적 활동, 또는 스케줄에 맞추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대신 정식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경우, 항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직원들 중에는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보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 휴식을 철저히 챙기면서 정작 업무 시간 이외의 근무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무조건적인 사이트 차단은 오히려 악영향

신입 사원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팡은 기업의 네트워크를 손상시킬만한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사이트들을 차단시킬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팡은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다 하더라도 별로 아쉬워할 것 같진 않다. 나를 재미있게 해줄 다른 콘텐츠가 널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급할 경우, 굳이 이를 희생해서까지 자신의 휴식시간을 챙기려 하지는 않는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해야 할 업무에 손을 놔버리진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팡은 “물론 다른 잡다한 콘텐츠들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미리미리 업무를 해내지 못한다. 상사가 이들의 근무 행태를 바로잡고 싶다면, 그들이 보는 잡다한 사이트들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명확한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근무시간 중간 중간에 딴 짓을 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람들의 집중력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8시간 연속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때 한 시간에 한 번씩5분 정도만 좋아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보거나 함으로써 오히려 보다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짧은 휴식 시간이 전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

소위Y세대들과의 세대 차이는 단순히 멀티 태스킹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도구 이용의 차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인들 또는 타인들과의 소통 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체험할 수 있다. 폴스는 “개인적으로 전공 특성 상, 또 학생들과 항상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 젊은 세대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이해할 수 있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트위트(tweets)”, “마이크로블로깅(microblogging)”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 “sms”에서 “mms”로 메시징 수단이 이동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폴스는 말했다.

2008년 대학교를 졸업한 팡과 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폴스 모두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활동에 대한 기성 세대의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기성 세대들은 최근 등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기술들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플랫폼을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팡은 지적했다. 팡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더욱 늘어날수록, 또 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전 방법에 익숙한 기성 세대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스 또한 팡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들이 의학 블로그나 다른 건강 관련 사이트를 보는 데만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N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기업 경영에 유용할만한 최신 기술 트렌드들을 소개하고 또 이들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엔제네라 이노베이션 네트워크(nGenera Innovation Network) 회장 태미 에릭슨(Tammy Erickson)은 “업무 이외의 다른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기성 세대나 신세대나 매한가지다. 기성 세대의 경우에는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친구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웹사이트를 서핑하는데 시간을 보낼 것이고 ,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고 , 페이스북 페이지를 업데이트하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을 때운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즐기는 콘텐츠가 다를 뿐이지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폴스는 “특히 갓 졸업한 사원들은 페이스북을 졸업하고 링크드인(LinkedIn)으로 옮겨 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누구든 다른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관건은 얼마나 개인의 생산성을 유지하느냐이다. 즉, 스스로 생산성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가 생활 및 소위 “딴 짓”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사이트들의 접근을 허용한다고 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 생각하는 기업은 많이 줄어든 상태. 심지어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하나의 채용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마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애물단지라고 생각했던 최신 기술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난 것이다.

에릭슨은 “페이스북의 채용도구화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경향은 전문 회계사 등과 같이 인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더 두드러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는 그야말로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